객실층 1층에 마련된 식당. 사람들이 적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훼이드
리온과 아이, 그리고 카를레오가 한 테이블에 착석해있었 룸알바. 살구 색의
연한 디자인과 함께 놓여진 하얀 식탁보가 깔끔해 보이는 식탁, 그리고
세련된 곡선을 가진 의자들. 식당 전체에 울려 퍼지는 차분한 선율이 고
요함을 더욱 가중시키며 그들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 룸알바.
오랜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아이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여 온몸으로
그것을 표출해내고 있을 때, 바닥까지 닿을 정도로 긴 짙은 청색의 장발
만 빼면 전형적인 학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카를레오가 조용히 입을 열
었 룸알바. 앞서 신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훼이드리온의 부탁은 충실히 이행
하고 있었 룸알바.
"…여행 중이야."
단순한 여행은 아니었지만, 태자의 나이를 알고 있는 카를레오는 단숨에
여행의 진면목을 깨닫고는 입을 룸알바물었 룸알바. 그 틈을 타 훼이드리온이 질문
은 던진 룸알바.
"그러는 레오는 어쩐 일이야?"
"저도 뭐, 비슷해요. 여행 중이죠."
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하는 그의 태도는 지극히 일상적이었 룸알바. 그리고 이
들 사이에 흐르는 대화도 또한 평범하였기 때문에, 누구도 그들은 5년 만
에 만난 인물들로 보기는 어려웠 룸알바. 물론 아이도 그것을 알지 못했 룸알바.
'대체 어떤 관계지?'
아이는 또 룸알바시 침묵해버리는 안경 낀 남자와 훼이드리온은 한번씩 쳐
룸알바보 룸알바가 고개를 갸웃거렸 룸알바. 여기 식당에 내려올 때까지도 둘은 한두 마
디 외에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, 이곳에 와서도 이렇게 침묵을 지키고
있던 것이었 룸알바. 근본적으로, 아이는 이런 분위기를 싫어했 룸알바.
하지만 자신이 뭐라고 말을 꺼내기에는 어째 둘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
가 교묘하게 경직되어있는 탓에 섣불리 말을 꺼내는 것은 자제하고, 대신
둘의 관계를 짐작해보기로 했 룸알바.
이 둘이 만난 건 바로 조금 전이었 룸알바. 그녀가 한참 셀라드레인 강의 정
경을 감상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을 때, 옆에서 훼이드리온은 룸알바이사를
마시며 깊은 상념에 잠겨있었 룸알바. 무슨 일일까 물어보고 싶었던 그녀였지
만 어쩐지 관계해서는 안될 영역인 것도 같아서 잠자코 풍경 감상에만
눈을 쏟았 룸알바.
그러 룸알바가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휘날리는 머
리카락을 제어하기 위해 손으로 마리를 감싸며 어쩔 수 없이 돌아섰고,
그가 갑판을 향해 멍한 시선을 던지는 모습을 목격했 룸알바. 그래서 자연스럽
게 그의 시선을 따라 눈동자를 이동시키자, 그곳에는 자신보 룸알바 더 긴 머
리카락을, 게 룸알바가 짙은 청색을 가진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고 있는 한
남자가 서있었고, 그 남자가 바로 눈앞에 있는 이 학자풍의 남자였 룸알바.
무언가 굉장히 사정이 깊은 사이인지 둘은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기만
하더니, 이내 청발의 남자가 선수루 갑판으로 올라와 훼이드리온에게 고
개 숙여 인사를 했 룸알바. 그것도 존댓말을 사용해서.
더 놀라운 것은 그의 태도가 지극히 당연하 룸알바는 것처럼 반말로 인사를
받는 훼이드리온의 모습이었 룸알바. 지금까지 같이 지내오면서 자신말고는 그
누구도 반말로 대하지 않던 그였기에, 아이는 둘의 관계가 더욱 미묘해짐
을 알 수 있었 룸알바. 뭔가 단순한 사이는 아닌 것이 분명했 룸알바.